“잘 생각해보니 그리 나쁜 분은 아닌 것 같아요.” “뺨 때리고 사탕 물려?” “저를 어떻게 생각할지 알아요.”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데?” 굳이 알고 싶지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말이었다. “배운 것 없고 돈도 없지만 생각하는 것처럼 저 그렇게 형편없는 아이는 아니에요. 단지 기회가 없었을 뿐이죠.” “기회는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쥐어지는 거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기회는 영영 오지 않아.” “……그렇죠.” “할아버지에게 얘기는 들었겠지?” “……네.” 이 상황에서 꺼낼 말은 아니지만 주형은 말이 나온 김에 빨리 해치우자 싶었다. “나랑 결혼하고 싶어?” “무슨 뜻이죠?” “말 그대로야.” “사장님은 싫으신 거죠?” 소미는 주형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커다란 눈망울이 흔들리고 있었다. 주형은 갓길에 차를 세웠다. “솔직히 말하면 그래.” 차 안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주형은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소미에게 어떤 말도 보태지 않았다. 한동안 골칫거리였던 문제가 해결되자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때, 소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에게 기회를 주실 생각은 없으세요?” “내가 왜 나소미 씨에게 기회를 줘야 하지?” “사장님은 저와의 결혼을 원하지 않으시잖아요. 저도 사장님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우리 편 먹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