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뭡니까?” 낮은 음성이 넌지시 물었다. 여자는 이제야 통성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해내곤 빠르게 입을 열었다. “이지연입니다.” “이지연 씨.” 현준이 저를 불렀다. 지연이 느리게 고개를 들었다. 묵직한 음성 탓인지, 밋밋하고 흔해 빠진 자신의 이름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처음으로 저의 이름에 가슴이 설��다. “나랑 잘래요?”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입을 벌려야 했다. 그녀가 놀란 건 원나잇 제안을 받아서가 아니었다. 지연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다가 입술을 떨며 물었다. “제가…… 여자로 보이세요?” 누가 봐도 멋진 그에게 제가 여자로 보인다는 것이 놀라웠다. 예쁘지도 않고, 차림은 초라한 데다, 이혼한 경력까지 있는 저를. “물론이죠.” 그런데 현준은 바보 같은 질문이라는 듯이 조소했다. “나한테는 예쁜 여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