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남자를: 한뼘 로맨스 컬렉션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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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선후배 사이로 오랫 세월을 봐온 채아와 재욱. 채아는 아주 오랜 세월 재욱에 대한 연정을 품어왔지만, 소심함과 자격지심 때문에 섣불리 그에게 접근하지 못한다. 그러는 사이, 채아의 친구인 현서가 재욱과 공식적으로 사귀기 시작한다. 그리고 채아는, 현서와 재욱이 포함된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게 된다. 재욱에 대한 감정이 아직 생생하기에 꺼려지는 여행이지만, 친구들의 채근에 억지로 따라온 채아. 그런 사정에 그녀는 여행 중에도 현서와 재욱을 피해다닌다.

오랜 짝사랑을 고백하지 못하는 여자, 그리고 엇갈린 인연에 친구에게 빼앗긴 남자. 농밀하고 색정적인 장면과 순수한 짝사랑이 겹쳐지는 묘한 매력의 단편 로맨스.

시간과 비용은 줄이고, 재미는 높여서 스낵처럼 즐기는 로맨스 - 한뼘 로맨스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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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시리즈 및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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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분량: 약 1.2만자 (종이책 추정 분량: 약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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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아는 눈을 감았다.

피곤했다.

오고 싶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친구들의 독촉과 원망 어린 채근에 힘들게 따라나섰다. 일주일간의 격무에 온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하지만 이 여행에 따라나서고 싶지 않았던 것은, 단지 피곤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여행에는 친구들만 온 것이 아니라.....

'다들 남자 친구를 데려왔으니까.'

남자 친구가 있다는 것을 질투하거나 원망하려는 것이 아니다. 자신만 애인이 없음을 불평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 무리의 여왕벌 격인 현서의 남자 친구가, 바로 채아가 대학 때부터 짝사랑했던 선배, 재욱이라는 것은 아무리 유순한 편인 채아라도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대학 입학 때부터 함께해온 친구들이다. 누군가와는 평생을 갈 친구지만 무리 중 누군가는 또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다 같이 연결된 친구들이니, 누구 한 사람이 불편하다고 해서 혼자 빠지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무리 중 가장 예쁘고 화려하고 집안도 좋은 현서였다. 그녀는 채아와는 친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서로 지킬 것은 지키며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해 왔다.

현서는 채아의 마음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항상 화사하게 웃는 얼굴로 용기 내라고, 다가서 보라고 응원까지 해 줬었다.

그런데 졸업을 하고, 재욱이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들린 이후 어느 날의 모임에 현서가 그를 데리고 왔다. 보란 듯이 팔짱을 끼고, 과시하듯 몸을 밀착하며.

<선배가 고백했어. 오랫동안 날 좋아했는데, 자리가 잡히기 전까지는 말하기 힘들었다고 하더라. 선배가 원래 좀 고지식하잖아.>

모두가 모인 자리였다. 채아는 벌써 몇 년간을 그에게 다가서지 못했고, 졸업을 한 지금은 다들 어른이 되어 있었다.

어른스럽게 축하한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에게도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항상 채아는 재욱을 볼 때, 심장이 잘게 잘려나가는 기분이었다.

이제는 좋아한다고 말조차 할 수 없다. 아니, 감정을 드러낼 수조차 없다. 그 긴 시간 망설이면서 다가서지 못했던 것은 자신의 잘못이니까.

펜션에 짐을 풀고 난 후, 모두가 밖으로 나갈 때 채아는 혼자 남았다. 신경을 쓴 탓인지 정말로 몸이 좋지 않았다.

아프다고 말하고서 혼자 2층의 작은 옥탑방으로 향했다. 옥탑의 작은 창밖은 오후의 햇빛으로 가득했지만 그 창은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다. 안온한 어둠 속에서 채아가 무거운 몸을 나무 침대 위에 묻었다.

아무도 눕지 않은 새 침대의 하얀 시트가 기분이 좋았다.

약간 까슬까슬한 시트의 감촉을 즐기며 채아가 눈을 감았다. 이곳까지 오는 내내, 현서의 곁에 있던 재욱의 모습을 기억에서 지우기가 힘들었다.

현서는 자신에 비해 아무 것도 내세울 것이 없는 채아에게 늘 묘하게 날카로웠다. 딱 꼬집어 말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늘 따가움과 이물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는.

이번 일은 그 이유 모를 경쟁의 정점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졌다. 결국 재욱은 현서를 사랑하게 되었다. 자신은 말 한마디 못 붙이고 있을 틈에.

서는 늘 남자 친구가 많았고, 재욱과 사귀는 것은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기 위한 것일 터였다.

그 의도는 너무도 잘 맞아 들어갔다. 채아는 이미 충분히 아팠다.

세상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절실히 그를 사랑했으니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아파서 채아가 가슴을 꾹 누르며 눈을 감았다. 그때였다.

"하아, 선배."

1층에서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지만, 뜨거워진 숨소리가 착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채아가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오픈된 테라스 같은 옥탑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던 채아가 그만 깜짝 놀랐다.

재욱이 있었다. 그 곁에 있는 것은 재욱의 그녀, 현서였다. 두 사람은 1층에서 뜨겁게 키스하고 있었다. 누군가 이곳에 있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하는 것처럼.

"하앙, 선배."

<한뼘 로맨스 컬렉션 소개>

시간과 비용 부담을 확 줄여서, 로맨스 초심자도 가볍게 읽는 컬렉션입니다.

내 취향이 무엇인지, 어떤 주인공에게 끌리는지, 다른 사람들은 뭘 읽고 좋아하는지 궁금하셨지만, 몇십만 자가 넘는 장편을 다 떼야 알 수 있다는 생각..... 이제는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가볍게 읽으면서 스낵처럼 즐기는 새로운 스타일의 로맨스들이 찾아 옵니다.

앞으로 나올 한뼘 로맨스 시리즈를 기대해 주세요.

(참고) 한뼘 로맨스 컬렉션 내 번호는, 편의상의 부여된 것으로, 읽는 순서와 관련이 없습니다. 컬렉션 내 모든 작품이 그 자체로 완결됩니다.

출간 (예정) 목록

여황제의 은밀한 정복_한달식비

악마와 계약하는 법_망고크림

공작부인의 첫날 밤_흑미젤라또

친구를 건드리고 말았다_정비단

안녕, 엄마_님도르신

위의 도서 외 매달 10여종 이상을 발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