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치. 답도 없는 시끄러운 애. 내가 그 애한테 느낀 첫인상은 이것이 전부였다. 게임 〈버블 월드〉에서 만난 조조가 그 애의 형이란 걸 알기 전까지.
“너 혹시 영화 좋아해?”
모르는 척 할 수 없어 베푼 친절이 열 배의 부담이 되어 돌아왔다.
“나랑 있는 게 좋잖아.”
“어?”
얘가 낮술이라도 한 잔 걸치고 온 걸까. 나는 어이 없는데 저 혼자 희희낙락이었다.
“배고파.”
“사, 사 달라고?”
“사 줄게.”
정이 고팠던 그 애한테 미끼를 던져 준 내 잘못일까. 여름날 더위에서 도망칠 수 없는 것처럼 나는 올가미에 걸리고 말았다.
“저 섬희랑 사귀어요.”
그것도 아주 제대로.
저자 - 디키탈리스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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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작〉
야수의 성. 여러 해를 사는 나무여. 비겁한 너의 겨울은. 내 벽을 움킨 해일. 속된 자의 기도문. 술래의 눈이 먼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