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사랑했던 남자와 수년 만에 재회했다.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로.
그런 그가 그녀에게 내민 건 스폰을 전제로 한 ‘전속계약서’였다.
“섹스 한 번에 백만 원. 열 번이면 천만 원이고 백 번이면 일억이네.”
“…….”
“나랑 붙어먹으면 일거리도 생기고 돈도 버는 셈인데, 너한텐 남는 장사 아닌가?”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애타게 찾았던 남자였다.
언젠가 만난다면 분명 애틋하고 아름다운 재회가 될 거라 기대했는데…….
그 모든 건 착각이었다.
“안 하면, 그땐 어떡할 건데.”
“나도 궁금하네. 내가 어떻게 할지.”
자신만을 맹목적으로 사랑해 주던 남자, 기태정은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뭐 해, 안 벗고.”
오로지 그녀를 구렁텅이로 내몰며 갑질하는 남자만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