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상상력, 관능적 미스터리의 향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사건들이 일상처럼 펼쳐진다
주인공은 ‘홈스’ 선생이라고 불리는 70대 유명 추리작가 ‘노준기’다. 달맞이언덕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 현장에는 늘 그가 등장한다. 이 매력적인 추리작가의 일상에는 경계가 없다. 자유롭게 캠핑카를 타고 돌아다니며 스릴 있는 정사를 즐기고, 어느 국회의원 출판기념회 연사로 초대돼 연설 중에 똥을 누는 황당한 실수를 하기도 하며, 원전이 폭발한 후에는 홀로 달맞이언덕에 남아 시칠리아 와인인 ‘도망간 여자’와 함께 고독을 즐긴다.
“영국에 셜록 홈스와 에르퀼 푸아로가 있다면, 한국에는 ‘노준기’가 있다”는 윤종빈 감독의 추천사처럼, 주인공의 엉뚱함과 익살맞음은 독자들을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난 이상한 사건의 한가운데로 초대한다.
때론 요부처럼 달콤하고, 때론 악마처럼 위험한 ‘안개’
익숙하게 지나쳤던 풍경도 한순간에 뒤바꿔버리는 것이 바로 안개의 힘이 아닐까. 인간의 희로애락을 모두 지켜보고 있는 달맞이언덕의 안개는 사람을 취하게 만들어 살인을 일으키고, 혀를 날름거리며 몸을 핥아대며 모포처럼 따뜻하게 어깨를 감싸준다. 미스터리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또 하나의 주인공인 셈. 『달맞이언덕의 안개』는 김성종이 2014년 <부산일보>에 매주 한 편씩 연재했던 단편들을 묶은 것으로, 작가는 “‘단편소설이란 이런 것이다’를 한번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부산 해운대 달맞이언덕이 소설 속 주요한 배경이지만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를 오가는 이야기도 실려 있으며, 베를린·베네치아·런던 등 세계 각국을 배경으로 한 추리작가의 활약이 펼쳐진다. 하얗게 젖은 안개 사이로 피어오르는 어두운 삶의 잔해들과 그 속에 묻힌 인간들의 욕망, 그것들을 어루만지는 작가의 손길이 놀랍도록 섬세하고 몽환적이다.
추천평
거장의 귀환에 독자들은 열광했다. 안개를 배경으로 상상력을 한껏 가미한 이 소설의 흡입력은 한마디로 대단하다.
_부산일보
한국을 대표하는 추리작가 김성종이 부산 해운대 달맞이언덕을 배경 삼은 연작 추리소설 『달맞이언덕의 안개』를 내놓았다. 추리 작가 ‘노준기’가 일인칭 주인공으로 등장해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등 안개가 감춘 크고 작은 비밀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다.
탐정 셜록 홈스에 빗대어 ‘홈스 선생’으로 불리는 노준기는 달맞이언덕의 카페 ‘죄와 벌’에서 커피와 와인을 마시며 작품을 구상하고 사건을 해결한다. 달맞이언덕에는 실제로 그 이름을 단 카페가 있는데, 다름 아니라 작가 자신이 운영하는 추리문학관 1층에 있는 곳이다.
전쟁을 비롯한 한국 현대사의 질곡에 대한 관심은 이번 책에서도 뚜렷하다. 책에 실린 연작 25편 중에는 인혁당 사건을 연상시키는 독재 치하 조작사건과 고문, 빨치산과 비전향 장기수 등을 다룬 작품이 여럿 들어 있다. 말미에 실린 두 작품 ‘죽음의 땅에 흐르는 안개, 그리고 개들의 축제’와 ‘아, 달맞이언덕의 안개여!’는 원자력발전소 폭발과 남북간 전쟁을 그리고 있기도 하다.
_한겨레신문
달맞이언덕을 휘어감는 희뿌연 안개를 걷어젖히며 김성종이 돌아왔다. 김성종은 우리들 보통의 인간성 본질에 대한 문제를 오랫동안 탐구한 작가다. 인간이면 누구나 고민할 수밖에 없는 갖가지 욕망과 자유의 문제는 이번 ‘안개 시리즈’에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추리작가인 주인공이 자유롭게 전국을 떠돌며 글을 쓰고 싶어서 전 재산을 들여 캠핑카를 구입하는 장면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두터운 안개처럼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사람을 향한 무한한 애정의 끈을 놓지 않는 로맨티스트 ‘노준기’의 활약은, 어느 때보다 보편적인 인간성 상실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지금을 사는 우리들에게 여러 가지 생각할 문제를 던져주고 있다.
_윤성근 |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심야책방』 저자
영국에 셜록 홈스와 에르퀼 푸아로가 있다면, 한국에는 ‘노준기’가 있다. 각각의 이야기가 장르적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힘 있는 작가 사유의 편린들을 보여주고 있다. 읽는 내내 달맞이언덕의 안개가 가득한 살인사건의 현장,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_윤종빈 | 영화 <범죄와의 전쟁> <군도>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