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체험한 전쟁 경험을 통해 써 내려간 리얼리즘 문학의 정수
퓰리처 상 2회 수상에 빛나는 미국 현대 문학의 ‘저널리스트’ 노먼 메일러의 데뷔작 『벌거벗은 자와 죽은 자』는 메일러가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직후 참전한 2차 세계 대전에서 겪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쟁 소설이다. 전쟁 당시 상황과 군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상들을 꾸미지 않은 날것의 문장으로 생생히 묘사하며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통해 미국 사회, 더 나아가 인간 사회에 대한 통찰을 담은 이 소설은 대중과 평단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출간된 지 삼 개월 만에 20만 부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연속 62주 동안이나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타임》은 이 소설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견주었고, 《뉴욕 타임스》는 “2차 세계 대전에 관한 가장 인상적인 소설”이라고 찬사를 보냈으며, 《뉴스위크》는 메일러를 일컬어 “이론의 여지없이 중요한 작가”라고 평가했다. 1998년에 《모던 라이브러리》는 『벌거벗은 자와 죽은 자』를 100대 영문 소설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1923년 미국 뉴저지 주 롱브랜치에서 태어났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항공기술학을 전공했으나 헤밍웨이, 스타인벡, 포크너와 같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받아 문학에 관심을 품게 됐다. 1943년 하버드 대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한 뒤 입대하여 2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다. 1948년 전쟁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첫 장편소설 『벌거벗은 자와 죽은 자』를 발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은 리얼리즘의 걸작이라 평가받으며 62주 연속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발히 참여하는 경향을 지녔던 그는 잡지 《빌리지 보이스》를 창간해 정치 현안에서부터 예술 문화까지 다루는 대안 언론의 가능성을 모색하기도 했다. 1967년 펜타곤에서 있었던 베트남 반전 시위를 소재로 한 『밤의 군대들』(1968)로 퓰리처 상과 전미 도서상을 수상했으며, 1979년 출간한 『처형인의 노래』로 두 번째 퓰리처 상을 수상했다. 반세기가 넘도록 활발하게 활동하며 미국 사회를 심도 깊게 조명해 온 노먼 메일러는 2007년 『숲 속의 성』을 발표한 후 11월 10일 84세의 나이로 타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