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다. 하은하.”
차분히 내려앉은 까만 눈과 그보다 더 어두운 눈빛.
고등학교 졸업식 이후 처음 만난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20년 소꿉친구, 그 연결고리는 은하 저만이 간직해 왔던 것처럼.
“등신처럼 굴지 말고 나 이용해. 네 약혼자 같은 쓰레기 따위나 만날 거면.”
하지만 별안간 나타난 태경은
지치고 상처받은 제 모습을 오래전부터 지켜본 것만 같이 말했고.
“……이러면 안 될 것 같아, 태경아.”
“입 다물어. 이제 할 거니까.”
숨을 몰아쉬기 무섭게 그가 입술을 맞붙인 순간
우린 선을 넘어 버렸다.
진새벽
《출간작》
누나, 티나요
저질러 버렸습니다
가을보다 짙은
불온한 의뢰
촉촉
을의 굴레로부터 벗어나는 법
얼어 죽어도,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