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집요하고 또 섬세한 어른 남자의 반성기는 실로 오랜만이다.”
- 이석원, 『보통의 존재』 저자
우리는 어릴 때 꿈꾸었던 어른과 얼마나 멀어져 있을까. 자신이 남달리 대단한 존재가 아님을 깨달았을 때, 무엇을 내려놓았고 그럼에도 또 무엇을 탐하려 했을까.
10년 차 MBC 기자이자 휴직 후 춘천의 폐가를 고쳐 ‘첫서재’를 만든 서재지기 남형석이 산문집을 펴냈다. 일주일에 한 번, 어느 플랫폼에서 일요일마다 ‘글배달’을 시작한 지 정확히 2년 만이다. 그는 2년간 100편의 글을 발행하면서 때로는 사회에 물든 자신을 향해 치열한 반성을, 때로는 ‘원래의 나’를 되찾기 위해 정돈한 감각들을 공유해 왔다. 사회적으로 괜찮아 보이는 ‘겉’을 좇지 않기로 다짐한 그의 ‘곁’엔 어느새 어른살이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그의 글을 기다리는 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그 온기를 담아 평범한 어른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어른됨의 순간을 모은 이 책, 『고작 이 정도의 어른』이 탄생했다.
이 책은 정의감 넘치는 기자의 ‘썰’도, 나쁜 어른을 혼내는 훈계 말씀도 아니다. 다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어느 기자의 ‘내가 나답게 살아보자’는 이야기, 다르게 표현하자면 ‘부끄러움의 고백’이다. 당연하다고 믿은 것이 정말 당연한 줄 알았던 서투름을 돌아보고, 이제라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톺아본다. 섣불리 가르치지 않지만 먼저 자신이 ‘고작 이 정도 어른’이라고 고백하며 울림을 준다. 책을 읽고 ‘실은 나도 이 정도 어른이었다’라며 다가올 이들에게, 저자는 말하는 것만 같다. 누구나 한 뼘 부족하게 자라지만, 누구든 자기 삶에 솔직해질 수는 있다고. 부족한 것을 돌아보고, 깨달은 것을 기억하며, 함께 어른스럽게 울어보자고.
신문기자로 시작해 방송기자를 거쳐 뉴스기획PD로 30대를 마쳤다. 세 곳의 언론사에서 800여 편의 기사를 썼지만 세상을 뒤흔든 특종을 낸 적은 없다. 그나마 〈엠빅뉴스〉 브랜드와 〈로드맨〉, 〈앵커로그〉 등 새로운 뉴스 포맷을 팀원들과 함께 기획해 세상에 내놓긴 했다. 희망과 절망, 야망과 잔망이 범벅된 다망한 직장 생활을 잠시 벗어나, 마흔 살부터는 회사에 긴 휴직계를 낸 뒤 아무 연고도 없는 춘천으로 떠나왔다. 그리고 오래된 도심의 60년 묵은 폐가를 고쳐 시한부 공유서재 〈첫서재〉를 차렸다. 이곳에서 주어진 스무 달 동안 실컷 읽고 쓰면서, 오염된 마음을 정화하고 태생적으로 모난 기질을 세공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