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감정을 확인할 새도 없이 짐승처럼 들이대는 이우와 하룻밤을 보낸 지아는, 3년 후,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안은 채, 이우가 있는 리버풀로 여행을 떠나는데……. “나 미친놈 맞아. 아주 오래전부터 너한테 미쳐 있었으니까.” 그녀 외에는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 오직 그녀만 보는 강이우, 그녀 앞에서 늘 그렇듯 그는 한 마리 짐승이 돼 버린다. 지아는 그런 짐승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이미 깊이 각인된 육체의 쾌락이 그녀를 완전히 뒤흔든다. “듣기 싫으니까 그만해.” “내 밑에 깔려서 더 해달라고 애원하더니……. 온지아, 솔직해지자. 나하고 하룻밤 자고 싶어서 온 거 아냐?” “아니야. 그런 거 아니라고.” 고개를 흔드는 지아의 얼굴을 이우가 두 손으로 감싸고는 낮게 중얼거렸다. “솔직하게 말해. 하고 싶다고. 그럼 지금 당장 해 줄 의향은 있으니까.” “미친놈.” 그가 비릿한 미소를 띠었다. “이제 안 거야? 나 미친놈 맞아. 아주 오래전부터 너한테 미쳐 있었으니까. 그거 아니? 내가 너 스무 살 될 때까지 기다렸던 거. 너랑 자고 싶어서……. 참고 참고 기다린 거였어.” 그의 말에 지아는 목구멍 속으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때부터였다. 그와의 인연이 꼬이기 시작한 건. 잔인하도록 낮은 그의 목소리가 지아의 귓전을 파고들었다. “그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하겠어. 내가 온지아의 첫 남자란 사실이 얼마나 기분 좋았는지…….” “다른 남자 앞에서도 이렇게 떨었던 적 있어?” “…….” “그러지 않았기를 바라. 그랬다가는 그 새끼 죽여 버릴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