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같은 건 안 받을 테니까 당분간 우리 집에서 살아.” 심해지는 아빠의 폭력을 피해 집을 나온 예은은 태준의 집으로 간다. 그리고……. “내가 그랬지?” “…….” “내 말에 토 달면 키스한다고.” 완전히 무아지경의 세상 속으로 빠져 버렸다.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미지의 세상 속을 유영하듯 빠져들고 있었다. 달콤했다. 키스가 이렇게 달콤한 건지 그녀는 처음 알았다. 아니면, 그 상대가 태준이라서 그런 걸까? - 검은 크레파스로 칠해 놓은 것 같은 그의 짙은 눈썹이 살짝 움찔거렸다. 툭 튀어나온 눈썹, 그 아래 쑥 들어간 눈, 까만 눈동자가 그녀를 삼킬 듯이 내려다보자 예은은 숨이 턱 막혔다. 조명 아래, 태준의 이목구비가 더욱 선명한 명암을 드리웠다. 그의 이목구비는 훌륭한 조각가가 심혈을 기울여 조각한 것처럼 반듯하고 정고했다. 그녀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그의 이목구비를 하나하나 자세히 살피듯 관찰하고 있었다. 반듯한 이마며 쑥 들어간 눈, 오뚝한 콧대, 다부진 입술, 하나하나 찬찬히 살피던 예은은 그제야 자신이 무례하게 그를 보고 있었다는 생각에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가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다음부터는 날 그렇게 쳐다보지 마.” “네?” “키스하고 싶어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