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으면 처음 만나도 키스할 수 있다는 말, 사실입니까?” 적막을 깨뜨린 남자의 물음에 맑음이 놀라서 옆을 돌아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소설 속 여자 주인공이요. 마음에 들면 처음 만나도 키스할 수 있고 두 번 만나면 섹스도 가능하다던데.” “…….” 저도 모르게 맑음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사냥을 준비하는 포식자의 움직임에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지만 어떻게 된 영문인지 그녀의 몸이 그 자리에 굳은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태온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를 튕겼다. “내 생각에 그 책 속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이 아무리 봐도 맑음 씨 같거든.” “…….” “그러니까 확인해 보고 싶잖아, 진짜 그런 건지.” 그러고선 그의 입술이 맑음의 입술 위로 성마르게 내려앉았다. 방금 영화 속 남자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태온이 그녀의 입술을 물고 빨았다. 불에 덴 것처럼 홧홧한 열기가 입술을 스치고 지나갔다. 강태온의 입술은 그녀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촉촉했다. 운동선수라 키스도 거칠 거라 생각했었는데 강태온의 입술은 그녀의 예상을 뒤엎었다. 다디단 시폰 케이크를 먹는 것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키스의 향연에 그녀의 입술이 만개하는 꽃잎처럼 스르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