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에 마주친 도준의 눈빛은……. 말로 설명하기도 민망할 정도였다. 흑요석처럼 까만 눈동자가 지독하게 뇌쇄적이었다. 마치 섹스를 할 때의 눈빛이랄까. 나른하고 섹시한 눈빛,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하는 눈빛. 하, 아주 어린 게 못된 것만 배워서는. - “그런데 넌 자율 학습 안 해?” “오늘은 안 할 거야.” “왜?” “샘이랑 데이트 좀 하려고.” 뭐라는 거야? 수정은 어이가 없어서 그를 쏘아보았다. 싸가지도 없었지만 그냥 뭐 구제 불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수정의 머릿속에 어릴 때 보았던 드라마 대사가 떠올랐다. 그대로 도준에게 말했다.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 사제지간에 무슨 데이트야?” 그 말에 도준이 피식 웃었다. “선생님과 제자는 연애하지 말라는 법이라도 있어?” “미안하지만 내가 너한테 관심 없어.” 수정은 딱 잘라서 대답했다. 오늘 일이 무척 고맙긴 했지만 싸가지 바가지인 이 녀석과는 별로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다. 녀석과 놀아 주는 건. 도준이 빵을 한 손에 집어 들고는 잼을 발라 입에 넣으며 말했다. “샘이 그렇게 말하니까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 ‘하고 싶다’는 말에 수정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뭐, 주어가 없으니 뭘 하고 싶은 건지는 모르지만 괜히 신경이 쓰였다. 수정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뭘 하고 싶은 건데?” 수정의 물음에 그가 싱긋 미소 지었다. 하얀 조명 아래 그의 눈동자가 형형한 색을 띠며 반짝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먹이를 노리는 포식자의 눈처럼. 그가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그냥 이것저것, 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