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서 뒤지지 마. 나 마음 여려서 평생 트라우마 생겨.” 깊은 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남자를 멈춰 세운 것은 소혜의 말이었다. “키스한 거야.” “넌 아무하고나 키스해?”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만 해.” 기묘한 만남 이후, 잘 곳을 찾는 남자를 자신의 집으로 인도하게 되고……. 둘은 비가 내리는 날, 슬레이트 지붕 아래에서 입을 맞춘다. - “보고 싶었어. 어떻게 사는지, 뭐하면서 사는지.” 소혜는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때, 어떤 날의 한 시점처럼, 그녀는 그의 눈을 마주 보았다. 흑요석처럼 반짝이는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사람을 꼼짝 못하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마른침을 삼키며 대답했다. “나도 동하 씨 보고 싶었어.” “예전처럼 소혜 씨 안아 보고 싶어.” 부드럽게 귓가를 적시는 그의 애원이 그녀의 심장을 마비시켰다. 머릿속이 텅 빌 정도로 아득했다. 그녀는 대답을 미룬 채 와인을 벌컥 들이켰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심장이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쿵쿵 뛰어오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