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돈 없어. 여기 친구도 없고, 갈 곳도 없어.” 미국에서 외식업체 프랜차이즈를 경영하던 경서, 연인이 죽었다는 소식에 한국을 찾게 되고, 추억의 장소인 바닷가 해변에서 하니의 오토바이를 피하려다 바닷물 속에 빠지게 된다.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당분간 하니의 치킨 가게를 돕기로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하게 이 여자에게 끌린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당신 살린 건 나잖아요. 그러니까 손해배상은 해 줘야죠.” 아버지의 유일한 재산인 하니 치킨을 운영하는 하니는 물에 빠진 경서를 구해 주는데……. 그런데 이 남자 갈 곳이 없다며 일을 시켜 달라고 한다. 어눌한 한국말에 잘생긴 외모, 이 남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 그런데 이 남자 보면 볼수록 매력이 있다. 아픈 상처로 얼룩진 바다, 하지만 그 바다가 맺어 준 두 사람의 인연. 과연 이번에는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본문 내용 중에서] “우리…… 없었던 걸로 할까요?” 하니의 말에 경서는 대답 대신 두 팔로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감싸 안고는 하니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숨이 막힐 듯 조여 오는 키스에 하니는 경서를 밀어내며 입술을 떼어냈다. “대답부터 해주세요. 없었던 걸로 하자고 하면 그렇게 할게요.” 여전히 침묵한 채 경서가 두 손으로 하니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렇게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던 경서가 그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니, 좋은 여자야. 절대로 하니 마음 아프게 안 할 거야.” 감정이 없는 걸까. 아니면 아직 한국말로 하는 표현이 서툰 걸까. 고작 좋은 여자라니. 아프게 하지 않겠다라니. 벌써 마음이 아픈데, 뭘 아프게 하지 않겠다고. 서러워서 울컥하고 뭔가가 올라왔다. 울고 싶은데 어느새 눈물이 말라 버린 것만 같았다. 하니는 그의 감정에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 보다 더 근사한 말을 기대한 건 혼자만의 착각이었나 보다. ‘당신만 옆에 있어 준다면 난 얼마든지 아파도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걸 하니가 속으로 삼켰다. 경서만 옆에 있어 준다면 아플 일이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차피 떠나갈 사람. 그런 아픔은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 처음 경서를 만난 날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