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위한 시 쓰기

· &(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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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상처 위에 피어나는 꽃이다.

외로움 없이 실패 없이 사랑 없이

시를 쓰려고 하지 말라”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울컥 마음속으로 솟아오르는 욕구가 생기면 참지 말고 써라. 그것이 시 쓰기의 시작이다.” 나태주 시인은 이어서 말한다. “마음에 사무치는 그 무엇이 있거든 어떤 방법으로든지 말로 표현해라. 그러다 보면 시가 써지기도 할 것이다.”

마음에 사무치는 그 무엇이 시의 씨앗이 된다고 한다. 길게 쓰려고 하지 말고, 굳이 잘 쓰려고 하지 말고, 남처럼 쓰려고 흉내 내지 말고 유언하듯이, 소리 지르듯이 쓰라고 조언한다. 쉽고 간결하지만 경험에서 우러난 진심 어린 마음이 담겨 있다.

지지난해, 카이스트 총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그에게 교직원을 대상으로 문학과 인생에 관한 강연을 요청해왔다. 이 강연을 듣고 카이스트 측에서는 나태주 시인에게 학생들을 위한 시 쓰기 강의를 정식으로 의뢰했다. 이와 함께 석학교수 임명장도 전달되었다. 정식 교수는 아니었지만 우수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 쓰기에 대한 강의를 한다는 것이 시인으로서는 무척 설레고 기쁜 일이었다. 이 책은 나태주 시인이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내용을 정리한 강의록으로, 시를 쓰고자 하는 이들과 이미 시를 쓰고 있는 이들에게 따뜻하고 친근한 손글씨 편지와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한, 갈피마다 시인이 직접 쓴 아름다운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진솔하고 정갈한 문체로 구성된 이 강의 노트에서 독자는 60년의 시력(詩歷)을 지닌 문장가의 깊이와 풍부한 경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의 블랙박스를 여는 과정

나태주 시인은 우리 인간의 마음을 일종의 블랙박스와 같다고 비유한다. 오만 가지 경험과 기억과 지식과 감정을 간직하고 있는 창고라는 것이다. 좋은 시가 나오려면 우선 이 블랙박스의 문이 열려야 한다. 그런데 거기에는 오직 한 개의 작고 좁은 문만 있을 뿐이다. 시를 쓸 때의 마음을 시인은 화택(火宅)이라고 표현한다. 불난 집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마음에 불이 났을 때 문을 열고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생각과 느낌일까. 시를 쓸 때는 무엇보다 이 감정의 질서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시의 첫 문장은 신이 주신 선물이다

시의 첫 문장을 쓰는 일은 인간의 노력과 능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신비의 영역이다. 시를 쓰는 과정은 세찬 물살이 흘러가는 깊은 강물을 건너는 일과 같다. 아득하고 멀고 위태롭고 어지럽다. 이때는 마음속에서 돌덩이 하나를 꺼내 징검다리를 놓아야 한다. 그 보이지 않는 돌덩이를 꺼내어

놓는 순간 우리 앞에는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된다. 뒤를 돌아보지 말고 걸어 나아가 강 건너편 땅에 발을 딛는 순간이 시의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다.


자기의 영혼을 만나는 순간을 놓치지 말라

인간이 자기의 영혼을 만나는 순간은 마치 접촉이 불량한 전등불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는 상태와 같다. 오래 꺼져 있다가 어느 순간 잠시 반짝, 하고 불이 들어올 때

그때가 영혼이 밖으로 그 모습을 잠시 드러내는 때이다. 나태주 시인은 이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순간의 느낌과 생각을 찰나적인 언어로 포착해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도 짧고 간결하고 단순한 언어로 구성하고 표현해야 한다. 시인은 그것이 바로 시의 문장이라고 말한다.


시는 상처의 꽃이다

나태주 시인은 시가 ‘상처의 꽃’이라고 말한다. 인생살이를 하다가 받는 온갖 상처의 꽃이다. 그 꽃 뒤에는 칼이 있고 그 뒤에는 외로움이 있고 그 뒤에는 그리움이 있고 다시 그 뒤에는 실패가 있고 그 뒤에는 사랑이 있고 사랑 뒤에는 열정이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 뒤에는 어리석은 우리 인간의 욕망과 소망이 뒤엉켜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위로와 치유가 필요하다. 시인은 말한다. 외로움 없이, 그리움 없이, 실패 없이, 사랑 없이 시를 쓰려고 하지 말라. 시는 상처의 꽃이다. 이걸 꿈에서도 잊지 말라.

About the author

1945년 충남 서천군에서 태어나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후 43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공주 장기 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교직 생활을 마친 뒤, 시작에 전념하고 있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대숲 아래서>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하였으며, 등단 이후 50여 년간 끊임없는 창작 활동으로 수천 편에 이르는 시 작품을 발표해왔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로 <풀꽃>이 선정될 만큼 사랑받는 대표적인 국민 시인이다. 그동안 펴낸 책으로는 시집, 산문집, 동화집, 시화집 등 200여 권이 있으며 공주문화원장과 한국시인협회장을 역임했다. 흙의 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박용래문학상, 유심작품상, 한국시인협회상 등을 수상하였다. 현재는 공주에서 공주풀꽃문학관을 설립·운영하고 있으며 풀꽃문학상, 해외풀꽃시인상, 공주문학상 등을 제정·시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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