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렀다는 흔적을 남기지 말 것.
고객의 요구 사항은 조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화는 주택 관리사로서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
그런데 이 대저택에 만나선 안 될 사람이 있었다.
“서태준……. 당신이 왜 여기 있어요?”
하룻밤의 뜨거웠던 기억과,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동시에 안겨 줬던 사람.
이화가 처음으로 사랑했던 남자가 그녀의 앞에 홀연히 나타났다.
지독히도 건조해진 눈빛을 하고…….
* * *
“다시 만나서 반가워. 엿 같은 기분이지만.”
이화의 눈시울에 눈물이 빠르게 들어찼다.
태준은 입술 끝을 들어 올려 느른하게 미소 지었다.
단단한 엄지가 부풀어 오른 눈 밑을 거칠게 쓸었다. 그녀도 모르게 맺힌 물기가 그의 손에 스며든다.
“벌써 울지 마. 앞으로 울 날이 많을 테니까.”
내리깐 눈꺼풀 속 눈동자가 형형하게 일렁였다.
“내가 흘린 눈물만큼 너도 울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