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 그녀에게는 사랑이었는데 태하, 그에게는 갚아야 할 은혜고 빚이었다. “나랑 결혼해요. 그래서 나는 오빠의 경제적인 부분을 도와주고, 오빠는 눈에 불을 켜고 내 걸 뺏으려는 사람들에게 방패막이가 되어 주는 거죠.” 멀리서 지켜만 보는 건 이제 그만하고 싶었다. 한 번쯤은 제 욕심대로 그를 가까이 두고 마음껏 보고 싶었다. “여자 등쳐 먹는 제비 새끼!” 악에 받쳐 질러 대던 막말이 귓전에 생생하게 울렸다. 일부러 모진 말을 내뱉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싫었다. 그는 두 번 다시 여자에게 얹혀사는 놈이란 소리를 듣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와 함께 지켜 주겠다는 약속은 더딘 시간 속에서 희미해져만 갔다. “내게 시간을 줬으면 좋겠다.” “대단하네요. 7년 만의 귀국 선물치곤…….” “……미안하다.” “더 이상 이렇게 얼굴 맞대고 있을 필요는 없는 것 같네요. 그만 가 줘요.” 그래서였을까, 그녀가 곁에 있어야만 편하게 숨을 쉴 수 있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항상 그녀를 밀어내기에 바쁘던 그가 막상 그녀가 돌아서자 심장이 멎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이제 어쩌면 좋을까? 그녀는 곁에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