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눈물은 서울 어느 골목에 묻어두었나?” 88만원세대 에세이스트 김현진이 전하는 도시의 힘없는 영혼들에 대한 뜨거운 기록! “나는 기억하기 위해 태어났다. 그러므로 이 기억이 죄다 휘발되기 전에, 글씨를 쓴다. 이 모든 비속하고 정답고 지겨운 것들을, 하찮고 애절하고 시시하고 또 시시해서 끝도 없이 사랑스럽고 그리운 것들을.” 김현진은 88만원세대를 대표하는 글쟁이다. 사회와 세상에 대한 관심을, 자신의 생각을 그녀처럼 솔직하고 당당하게 표현하는 에세이스트는 흔치 않다. 처음 세상에 내놓은 책 『네 멋대로 해라』 이후 12년여 동안 여러 권의 책을 쓰고, 등의 매체에 꾸준히 기고해오면서, 그녀의 글은 줄곧 거침없었다. 세상의 시선에 주눅 들거나 눈치 보지 않고 기꺼이 자신을 드러내면서 강한 호소력을 만들어냈고, 때론 심각하고 우울한 상황에서도 피식 웃게 만드는 위트와 유머로 속시원하게 만들었다. 그런 그녀가 지금껏 꺼내놓지 못했던 이야기들, 자기 안에 묻어두었던 내밀한 기억들을 조용하게 풀어놓았다. 『뜨겁게 안녕』은 이제 막 서른 이후의 삶에 접어든 저자가 써내려간 ‘서울살이’의 회고록이자 비망록이다. 여기에는 저자의 개인적 삶이 가장 뜨겁게, 그리고 가장 리얼하게 담겨 있지만, 동시에 서울이라는 도시의 소외된 거리와 시대의 풍경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김현진은 가난했기 때문에 거처를 여기저기 옮겨야 했고, 그런 반(半)떠돌이의 삶 덕분에 서울의 이모저모를, 이 거대도시의 그늘과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요컨대 도시의 황량함을 볼 수 있었다. 김현진의 삶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웠다면, 그의 눈에 용산 남일당 건물도, 이주 노동자들도, 노숙인들도, 담배 피우는 청소년들도, 윤락 여성들도, 황학동 벼룩시장도, 신당동 떡볶이 골목도, 길고양이도, 곱창집을 하는 ‘이모’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 가난은 흔히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어그러뜨리고, 약자가 약자를 착취하는 서글픈 풍경을 만든다. 그러나 김현진은 사람들의 마음을 황폐화하는 그 가난 속에서도 따뜻하고 고결한 마음씨를 어기차게 간직한 어떤 이웃들을 기억하고 기록한다. 가난이 모든 사람을 누추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어떤 가난한 사람들의 그 따뜻한 마음씨는, 그 고결한 영혼은, 서울시 당국의 온갖 화려한 구호나 ‘웅장한’ 토건사업 따위에는 들어설 자리가 없는 순금의 기억을 김현진의 머리에 새겨놓는다. _ 고종석(저널리스트), ‘추천의 글’ 중에서 저자는 기억하기 위해 이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철거촌과 비개발지역, 서울의 소외된 곳을 옮겨다니며 살아온 삶은 비속하고 하찮고 시시하고 애절한 기억들투성이지만, 그럼에도 정겹고 그립고 끝도 없이 사랑스럽기도 하다. 그 기억의 순간을 새겨놓은 곳들이 재개발의 삽질에 밀려 죄다 사라져버리기 전에, 그 후미진 거리와 골목 갈피마다 어떤 사람들이 사연을 품고 살았는지 기록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썼다. “광포하게 확장되어 결국 구차한 주머니를 가진 자신과 같은 삶은 끝내 밀려나고야 말 테지만, 그래도 그전에 기억의 끄트머리 하나라도 붙잡아두고 싶은 마음으로” 그녀는 그 뜨거웠던 날들의 기억을 글씨 하나하나에 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