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답이라는 해답: 과학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 창비 Changbi Publis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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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보다 재미있는 과학사,

과학이 훨씬 더 재미있어지는 과학사!

기호와 숫자 뒤에 가려진 인간의 피, 땀, 눈물을 만난다

 

과학기술사를 렌즈 삼아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온 과학사학자 김태호의 신간 『오답이라는 해답: 과학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가 출간되었다. 천재 과학자의 일대기나 최종완성된 과학적 결론에 집중하는 기존의 과학사 서술을 넘어, 세상의 진리에 다가가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듭해온 평범한 인간들의 역사로서 과학사를 새롭게 그려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주간경향』에 연재되며 ‘과학 덕후’들의 폭넓은 호응을 얻은 이 책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과학사, 과학이 더 재미있어지는 과학사를 표방하며 엉뚱한 질문과 헛된 시도, 실패와 좌절로 점철된 과학기술사를 돌아본다. 당연해 보이는 자연현상에 대한 질문부터, 근현대사의 굴곡 속에서도 한국 과학의 체계 정립을 위해 애쓴 과학자들의 노력까지 역사의 구석구석에서 낯설지만 흥미로운 장면들을 찾아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오늘의 오답이 어제의 해답일 수 있고, 오늘의 해답이 내일의 오답일 수 있다는 예측불가능성은 과학이라는 학문의 핵심이자 묘미다. 자신만의 해답을 찾기 위해 ‘과학하기’에 몰두한 이들의 땀과 눈물 어린 이야기를 따라가보는 것만으로도 과학을 대하는 우리의 관점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어렵고 무미건조한 현대과학의 드높은 성채 앞에서 발길을 돌렸던 이들이라면, 이 책과 함께 더없이 인간적이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한 과학의 세계로 새로이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익숙한 세계에 질문을 던지자

경이로운 과학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오답이라는 해답』은 우리가 주목하지 않았던 과학기술사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과학사의 커다란 맥락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인간이 무엇을 궁금히 여겼고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어떤 시도를 했으며, 반복되는 시행착오에 굴하지 않고 얼마나 더 나은 답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는지, 그 기나긴 여정을 되돌아보기 위해서다.

예컨대 인류는 우주의 중심이 지구라는 생각을 버린 덕분에 우주선을 타고 아주 멀리 떨어진 천체에 도달할 수 있었다. 빛과 어둠에서 색채가 발생한다는 오랜 믿음을 과감히 버린 덕분에 레이저와 발광다이오드를 발명해 캄캄한 밤에도 자유롭게 빛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6면) 당연하고 익숙한 세계에 의문부호를 붙이기 시작할 때 진정한 의미에서 과학이 시작된다는 저자의 설명이 깊이 와닿는 대목이다. 오류를 깨닫고 현재의 이해를 새로 고침하며 합리적인 답을 찾기 위해 시도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인간의 노력이 과학의 진일보를 견인해왔다는 것이다.

이 책은 시곗 바늘은 왜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는지(23면) 절대 0도는 왜 영하 273.15도라는 애매한 숫자로 정의되었는지(53면) 등 우리가 의문조차 품지 않았던 익숙한 현상들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차분하고 명쾌한 설명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틀을 제시하는 저자의 안내를 따라가다보면 직관을 배반하는 결론이라도 과감히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경이로운 과학의 여정임을 깨닫게 된다.

 

 

근현대 한국 과학기술사는

오늘의 한국 과학을 어떻게 바꾸어놓았나

 

『오답이라는 해답』은 우리에게 아직 낯선 한국 과학기술사의 주요 장면도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야기는 한장의 낡은 흑백사진에서 시작된다.(150면) 인물은 셋인데, 사진에는 우장춘과 이태규, 두 사람의 이름만 적혀 있다.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신원미상의 또다른 참석자는 훗날 월북한 화학자 리승기다. 저자는 1945년 이전까지 한국 과학계를 대표했지만 지금은 기억 속에서 잊힌 이 세명의 엇갈린 일대기를 소개하며, 우리 근현대 과학사에서 남북 분단이 어떤 사건이었고 그 결과 한국 과학기술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차분하게 설명한다.

우리에게는 일본인 스승도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과감한 주장도 펼친다.(158면) 일제강점기 식민권력은 한국인 과학기술인력 양성에 대단히 소극적이었으며 의도적으로 훼방을 놓기도 했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지금까지 우리 과학기술사는 이들과 관련된 이야기는 의도적으로 노출하지 않았다. 하지만 호리바 신키치, 사쿠라다 이치로 등 차별 없이 유능한 한국인 제자를 발탁해 성심껏 지도하고 후원한 일본인 과학자들도 소수이지만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기에 저자는 그들의 이름을 담담하게 호명한다. 그들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간단치 않은 문제지만, 한국 과학기술사가 한국인 과학자들의 이야기로만 채워지지 않는다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학문에 조국과 민족이 따로 있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으로 이어간다. 지금까지 한국 과학기술사가 국가산업을 일으킨 과학 영웅들과 그들의 빛나는 업적 위주로 서술되어왔다면, 다채로운 관점에서 더욱 풍부하고 인간적인 한국 과학기술사의 면면을 펼쳐냈다는 점도 이 책의 미덕이다.

딱딱하고 어려워 보이는 과학,

과학의 역사마저 읽기 어렵다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현대과학은 이미 많은 세부분야로 나뉘었고 각 분야마다 복잡하고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이해하고자 과학의 기초와 역사를 다룬 책을 찾아 읽더라도 한권을 끝까지 읽어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과학적 배경 지식이 부족한 성인들뿐만 아니라 평소 과학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청소년들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게 쓰였다.

야쿠르트와 영양제, 씨 없는 수박 등 먹거리에 대한 의문이 ‘먹고사니즘’의 과학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로 확장된다. 일제강점기에 발명된 최초의 한글 타자기, 우리 근현대사의 애환이 녹아 있는 연탄과 리어카에 얽힌 이야기 등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 된 과학기술의 의미도 꼼꼼하게 되짚는다. 한때 평양의 시계가 서울보다 30분 더디 갔던 이유, 분단 이후 남북으로 떨어져 살아야 했던 조류학자 부자가 새를 날려 보내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는 에피소드는 그 자체로 흥미롭지만 분단의 아픔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저자는 어려운 과학에 쉽게 다가서기 위해 과학의 역사를 보는 것인데 과학의 역사도 읽기 어렵다면 곤란하지 않겠냐고 묻는다. 그리고 이제는 복잡한 이론과 지겨운 문제 풀이에서 벗어나 그 뒤에 가려져 있던 생생한 인간의 모습을 만나보자고 제안한다. 과학이라는 인류 공통의 자산을 쌓아올린 수많은 이들의 존재를 발견할 때, 복잡하고 딱딱하게만 보이던 과학이 비로소 달리 보이리라는 전망이다. 현대과학이 매우 복잡하고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과학이 최종완성된 결론이자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하나의 원점에 무한히 가까워지지만 끝내 다다르지 않는 점근선처럼 오늘도 진리를 향한 무한한 여정을 거듭하고 있는 인간의 역사, 한없이 재미있는 과학사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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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김태호 전북대학교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 교수. 서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땄다. 통일벼, 합성섬유 비날론, 한글타자기, 기능올림픽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과학기술이 현대 한국사회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임을 보이고자 한다. 저서로 『근현대 한국 쌀의 사회사』 『‘과학대통령 박정희’ 신화를 넘어: 과학과 권력, 그리고 국가』(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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