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바다에 묻다

· 더 로맨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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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언제나 울부짖어야만 해. 나의 소중한 사람을 빼앗아 갔으니 넌 그렇게 평온할 자격이 없다고.’ 사랑하는 사람을 바다에 빼앗긴 이후로 현성에게 바다는 언제나 증오의 존재였다. 차갑고 거친 파도처럼 변해버린 그는 오늘도 그녀를 삼킨 바다에 원망의 마음을 쏟아 붓는다. “바다는 내 삶의 일부예요. 그리고……힘들고 외롭고 그리울 때면 찾아오는 곳이에요.” 사랑하는 가족을 사고로 잃고 바다에 묻은 유옥은 쓸쓸하고 외로울 때마다 바다에서 위안을 얻는다. 그녀에게 바다는 언제나 그립고 따뜻한 마음의 안식처 같은 곳. 5년 전 혜희의 죽음과 함께 모든 감정을 묻어버린 현성. 다시 찾은 바다에서 잊었던 감정들을 깨우는 여자를 만났다. 유옥만 보면 흔들리는 현성은 혜희에 대한 죄책감에 자꾸만 그녀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는데……. 같은 아픔을 가졌지만 전혀 다른 마음으로 바다를 찾은 그와 그녀.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같은 마음으로 바다를 바라보려 한다. [본문 내용 중에서] “어디를 가려는 거예요?” “바닷가로 갑시다. 바다가 보고 싶어요.” “많이 취했어요.” “난 바닷가로 갑니다.” 막무가내로 바닷가로 향하는 그의 힘을 꺾지 못하고 그를 잡은 채로 바닷가로 걸음을 옮기는 유옥은 힘들어서 한숨을 내쉬었다. 모래사장으로 들어서서 바다 가까이 다가간 그는 몸에서 그녀의 손을 떼게 하고 바다를 바라보면서 섰다. 무엇 때문에 저러는지 알 수 없는 유옥은 모래사장에 앉아서 숨을 내쉬었다. “네가 그렇게 잘났냐? 뭐가 그렇게 잘나서 나만 두고 갔냐? 이 나쁜 기집애야. 혼자 가니까 좋냐?” 갑자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그로 인해 유옥은 깜짝 놀라 움찔했다. 훤칠한 키에 덩치가 있는 남자가 술주정을 하는 걸 보니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잠시 그렇게 서 있던 남자가 갑자기 바다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또 한번 놀란 그녀는 그의 뒤를 쫓았다. “이봐요, 지금 뭐하는 거예요? 제정신이에요?” 그녀는 그를 잡아 밖으로 끌어내려고 했지만 저항이 심했다. “이거 놔. 잡지 말라고.” “미쳤어요? 어서 나가요.” “혜희야! 이 나쁜 기집애야. 내가 곧 따라가마. 오빠가 갈게. 조금만 참아. 외롭고 쓸쓸해도 조금만 참아. 내가 곧 갈게.” 그는 유옥을 뿌리치면서 더욱 안으로 들어가려 했고 유옥은 죽을힘을 다해서 그를 붙잡았다. 물에 빠져서 머리까지 다 젖었지만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발버둥을 치는 그를 끌어내기 까지 시간은 오래 걸렸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그를 끌고 나와서 모래사장에 내팽개치고 자신도 쓰러지듯이 주저앉았다. 그는 엎드린 채 쿨럭이면서 흐느꼈다. 무슨 사정이 있는 남자인가 본데, 이런 식으로 바닷가로 뛰어들다니, 정말로 무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 힘을 다 썼더니 움직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괜찮아요? 살아있냐고요?” 그는 대답 대신 쿨럭이기만 했고 진정이 된 유옥은 화가 났다. “생각이 있는 거예요? 누구 앞에서 바닷가로 뛰어드는 거예요? 제정신이냐고요?” “그냥 두지, 왜 데리고 나왔어요? 누가 끌고 나오라고 했냐고요?” “뭐라고요? 지금 뭐라고 하는 거예요?” 그도 숨을 고르게 쉬게 되자 천천히 일어나서 그녀를 보는 듯하다가 바닷가를 돌아보았다. “또 시도할 꿈도 꾸지 말아요.”

About the author

로맨스를 사랑하는 여인. 아이쇼핑을 사랑하는 여인. 책 읽는 것을 사랑하는 여인. 글 쓰는 것을 사랑하는 여인 ▶ 출간작 e-book [그대 눈물 빛이 되어] [두 번째 남자, 첫 번째 사랑] [강탈] [빛이 드는 그들의 사랑] [바람속의 꽃잎] [그대와의 거리] [그대를 향한 마음] [달빛속의 미소] [무지개속의 미소] [소유의 조건] [이중계약] [회색빛 열망] [얼룩진 교감] [애증의 심판] [불나방의 자살] [망각의 선율] [하얀 이방인] [핏빛연심] [비운의 시녀] 종이책 [흔들리는 영혼] [강탈] [달빛속의 미소] [무지개속의 미소] [여름을 바다에 묻다] [소유의 조건] [이중계약] [회색빛 열망] [애증의 심판] [불나방의 자살] [망각의 선율] [하얀 이방인] [핏빛 연심] [비운의 시녀] [얼룩진 교감] [인연의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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