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씨남정기』가 정치적 사건을 다룬 목적소설이 아니라면 김만중이 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대체 무엇일까? 익히 배운 대로, 선한 자가 복을 받고 결국 승리한다는 ‘복선화음(福善禍淫)’ ‘권선징악(勸善懲惡)’이 『사씨남정기』가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이야기일까? 역자는 지금까지 작품 외적 요소에 집중하느라 놓쳐왔던 부분에 다시 눈길을 돌린다.
金萬重, 1637~1692
서포西浦 김만중은 조선 숙종 때 요직을 역임한 관료 문인으로, 조정에서 강경한 주장을 서슴지 않아 파직과 복직을 거듭했다. 1687년 평안도 선천으로 유배되었고 1689년 다시 경상도 남해로 유배되었으며 결국 이곳에서 5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주자학을 바탕으로 한 정통 한문학에 뛰어났지만 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학문에 두루 관심을 가졌으며, 국문문학의 가치를 인정하고 높이 평가했다. 특히 그가 지은 『구운몽九雲夢』과 『사씨남정기謝氏南征記』는 고전소설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려, 17세기 이후 소설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사씨남정기』는 주인공 사정옥과 남편 유연수가 첩 교채란을 맞아 벌어지는 가정사를 다룬 작품으로, 사정옥이 겪는 파란만장한 고난과 교채란 일당이 벌이는 악행이 치밀한 구성과 섬세한 묘사 아래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선악 대립과 복선화음福善禍淫의 구도 속에서 악의 근원 및 진정한 삶의 가치 등을 탐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한문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소설을 중심으로 한국 서사문학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저서 및 역서로 『한국 고전소설의 세계』(공저) 『의유당관북유람일기』 등이 있고, 논문으로 「지식의 상업유통과 소설출판」 「여성 주체성을 향한 여정: 사씨남정기 다시 읽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