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
〈강추!〉세자빈이 될 운을 타고 났으나 기녀가 되어야 했던 기구한 운명의 여인 애례(홍희), 대왕의 운을 타고 났으나 대왕의 자리를 버려야 했던 아두 세자. 누더기 같은 옷차림에 얼굴 여기저기 검댕이 묻어 더러운 꼬락서니를 한 홍희를 기방 기녀들은 냄새나고 불결하다며 가까이 하려 하지 않는데도 난영만은 딱하고 구슬픈 눈길로 오랫동안 홍희를 바라봤었다. 그리고 한참 만에 했던 말이 바로 그 말이었다. “참으로 해괴하구나. 너는 동국의 지어미가 될 귀상이나, 또한 동국의 모든 사내들의 연인이 될 기녀상이니.” 홍희는 울컥 서글퍼지고 말았다. 기녀상이라는 말에 발끈한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슬프고 헛되었기 때문이다. 빈궁은 무엇이며 지어미는 다 무엇인가. 역적의 딸이 되어 신분을 감추고자 종년이 되겠다며 결국 제 발로 기방을 찾아온 불쌍하고 허망한 인생인 것을. 김랑의 로맨스 장편 소설 『은밀 골방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