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 첫날밤. 타협은 없다. 무조건 각방이다. 그런데 이 자식이 언제 침대로 기어들어 온 거지? 단단한 몸이 그녀의 등 뒤에서 느껴졌다. 다리가 그녀의 다리에 감기고, 까슬한 털이 그녀의 다리에 느껴졌다. 서연은 죽을 맛이었다. 조용히 빠져나오려고 정우의 검지를 잡은 채 그의 손을 자신의 몸에서 떼려 했지만, 갑자기 그가 몸을 움직이면서 한쪽 다리까지 턱 올리더니 그녀를 죽부인처럼 감쌌다. 이번엔 더 깊게. 그런데다 그의 손이 불쑥, 티셔츠 위로 그녀의 가슴을 만졌다. 힘을 준 채 가슴을 주물럭거리는 손을 떼려는데 정후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부인 생각보다 가슴 크네. 껌 딱지일 줄 알았더니.” 뭐야, 깨어 있었던 거야? 서연은 그를 쏘아보았다. “이서연 예쁘네.” 꼭 저를 놀리는 것만 같다. 자신이 평범하다는 것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사실. 그런데도 저렇게 말하는 저의는 뭘까? 저의……? “너 나한테 그런 입에 발린 소리 해서 욕구 충족하려는 거지?” 이 자식의 머릿속엔 그저 욕구 충족밖에 없는 거다. 그러니 새벽에 방으로 기어들어 왔지. “하아. 사랑을 나눈다, 이런 말을 두고 꼭 그런 단어를 써야겠니?” 사랑을 나눈다니, 나눌 사랑이 있어야 사랑을 나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