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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는 것처럼 내가 아가씨를 오라고 한 것은 빚을 독촉하기 위해서야. 그리고 그 빚을 갚을 방법도 알려줄 겸. 어때, 이만하면 구미가 당기지 않나?” “빚을 갚을 방법이요?” “그래.” “어떻게요?” “내 집 가정부가 되어 줘.” 머리카락 한 올조차 찾지 못한 채 주검으로 돌아온 어머니의 시신 앞에 복수를 맹세하며 악마가 되어 버린 그 남자, 진욱. 그리고 복수의 화신(化身)이 된 진욱 앞에 나타난 그 여자 영애. 천진한 눈망울 속에 담겨진 관능의 불빛 앞에 서서히 진욱은 깨어나고……. 탐하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오직 복수의 대상인 줄 알면서도 달콤한 그녀의 유혹에 속절없이 빠져 드는데…….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살인자의 딸 영애를 가정부로 들인 진욱. 하지만 영애와 함께하면 할수록 진욱의 괴로움은 더 커져만 가는데……. [본문 내용 중에서] “도발하지 않으면 건드리지 않겠다고요? 그게 무슨 뜻이죠?” “그건 네가 더 잘 알 텐데?” 진욱은 그녀의 풍만한 몸을 야릇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의도는 뻔했다. 그녀가 다가온다면 기꺼이 육체적으로 즐기겠다는 뜻이다. 영애는 분노를 억제했다. 자신은 조금 전의 일만 생각해도 주저앉고 싶은데, 그는 저 뻔뻔하고 태연스런 얼굴로 그녀를 농락하고 있었다. 초연한 듯 서 있는 그에게 찬물을 끼얹고 싶었다. 자신이 받은 만큼 그에게 상처를 주고 싶었다. “내가 자주 도발하면 그때마다 응하겠다는 뜻으로 들리는군요. 그런데 문제가 있네요. 당신이 제대로 응할 수나 있을까요? 조금 전에 보니까 시작하자마자 바로 끝내던데, 원래 그런 거예요? 물론 나이 탓도 있겠죠. 하긴, 나도 미쳤지. 당신같이 나이 든 남자와 하다니. 당신에게는 나이에 걸맞은 여자가 더 필요할 거예요. 자주 도발하지 않는 여자가. 뭐, 당신 말대로 나도 경험이 필요했던 거니까 이번 일은 교훈으로 받아들이겠어요.” 영애는 비아냥거리듯이 말하고는 이리저리 흩어진 옷을 주워들었다. 오디오 위에 걸쳐져 있는 팬티를 발견하고는 피가 거꾸로 솟아올랐다. 그것이 어떻게 벗겨졌는지 기억에조차 없었다. 그에게 했던 말과는 달리 사실 정사에 있어서만은 굉장한 만족을 했다. 처음은 선수하고 하는 게 낫다는 말이 있던데 맞긴 맞나 보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개만도 못한 놈과 하는 건 다른 거다. 등 뒤에서, 예전에 키우던 강아지 흰둥이가 뼈다귀를 빼앗겼을 때 반응하던 것처럼 씩씩거리는 그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실컷 화내라지, 뭐! 봐, 너도 나이 들었다는 소리 충격적이지? 나도 오늘 일, 일생일대의 충격이다.’ 그녀는 대충 옷을 입고 당당하게 턱을 들어 올렸다. 진욱이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영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남자가 관계를 가진 후에 얼마나 치졸해질 수 있는지 생생하게 알았어요. 그런 경험은 아무에게서나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죠. 식사 차리기 전에 잠시 제 방에 갔다 와도 될까요, 사장님?” “마음대로.” 진욱이 거만하게 대꾸하고는 몸을 홱 돌렸다. ‘나쁜 자식! 섹스만 아는 거만덩어리!’
About the author
필명 : 공수안 출간작 [굿모닝 내 사랑], [매혹], [미치도록 사랑스러워], [악마신사와 달콤한 가정부], [왕자님의 다락방], [연인 홍유성], [미쳐버린 봄날], [키스를 부르는 넥타이], [호텔 칸나로 오세요], [유혹해], [나비매혹]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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