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도 없던 쌍둥이 언니의 대역을 맡았다.
“한지희.”
남자의 서늘한 목소리에 은조는 애써 일렁이는 불안을 삼켰다.
“뭘 그렇게 놀라. 꼭 딴 사람 이름이라도 들은 것처럼.”
“잠깐 딴생각을 하느라.”
서툰 변명을 내뱉으려는 순간, 우현의 음성이 또 한 번 은조의 말허리를 갈랐다.
“섭섭하네.”
“…….”
“그러니까 지금 감정 하나 없이 몸만 섞자는 거잖아.”
그는 은조의 떨리는 눈동자를 응시한 채 말했다.
“나, 그쪽한테 제법 꼴려서 이러는 거야.”
“…….”
“아이를 갖는 게 목적이었다면 그쪽 말고도 다른 선택지가 훨씬 더 많았겠지.”
장우현이 한지희를 향한 진심을 드러낸 순간 은조는 깨달았다.
우습게도 자신이 그에게 마음을 내어 주기 시작해 버렸다는 걸.
그걸 깨달은 순간 목이 타들어 가는 것처럼 갈증이 일었다.
끔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