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지금, 어떤 불평등인가 ---------------------------------------------------------------------
『창작과비평』 2019년 가을호는 우리 사회의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 양극화 현실과 불평등의 문제를 다각도로 살핀다. 불평등 현실에 대한 담론적 고찰을 바탕으로 젠더의 층위에서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 경제적 불평등과 소득격차, 지역 불평등에 이르는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불평등의 현실을 면밀히 해석하고 이를 넘어서는 길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문학평론가 황정아의 「불평등의 재현과 ‘리얼리즘’」은 인간다움의 완성이자 문명화를 향한 도정으로서의 평등 논의에서 출발해 불평등 현실을 해석하는 여러 사회담론과 작품들이 지닌 의의와 한계를 정교하게 분석한다. 낸시 프레이저의 논의를 비판적으로 경유하여 카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와 영화 「기생충」이 재현한 불평등 현실이 자기완결적 현실주의를 구축하는 문제점을 짚은 대목이 흥미롭다. 결론에서 이 글이 말하는 ‘평등의 리얼리즘’은 기존 불평등 논의의 한계를 넘어 공동영역(커먼즈)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중요한 제안으로 주목된다.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은 「불평등 감각의 젠더 차이: 성차별 현실에 대한 부정과 인정」에서 외환위기 이후 불평등 감각의 젠더 차이와 혐오정치로의 구조적 이행이 심화되는 양상을 살피면서, 반응적·시차적·감정적 특징을 지닌 포스트페미니즘의 등장과 새로운 여성세대의 특징을 분석한다. 또한 페미니즘이 대중화된 현실에서도 엄연히 존재하는 성차별과 젠더 갈등 프레임, 혐오 정동을 비판적으로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구인회의 「소득불평등의 원인과 실태」는 최근 노동시장과 가족관계가 크게 변화한 상황에서 현안으로 다시 부각한 경제적 양극화 문제와 소득불평등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이 글은 경제적 불평등 악화의 원인으로 노동시장에서의 분배악화, 고령화와 가족변화, 정부의 조세와 사회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분배개선과 함께 성장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정준호는 「지역 간 격차,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할까」에서 자산격차가 심화된 현실의 지역 간 불평등의 현황과 요인을 규명하고, 그것이 가지는 정치적·경제적 함의와 이를 넘어서기 위한 정책방향을 논한다. 이 글은 사회경제적 이슈를 지역문제로 치환하는 공간 물신론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지역 거주민에게 결정 권한을 부여하고 지역의 미활용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정책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화] 중국혁명, 역사인가 현재인가 --------------------------------------------------------------
이번호 대화는 중국혁명 7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으로 마련되었다. 중국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 연구원 허 자오톈과 본지 편집위원 이남주가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대담을 펼쳤다. 5·4운동과 중국혁명, 문화혁명과 개혁개방 40년을 거치면서 중국의 당과 국가와 군중(민중)이 이룩한 특이한 역학관계와 이면의 사상사적 궤적을 짚으며 지난 시대의 혁명이 남긴 역사적 실천의 가능성을 새롭게 살핀다. 군중노선의 경험과 사유, 신좌파 지식인의 변화와 행방, ‘새 사람’ 만들기의 비전 속에서 중국혁명의 어제와 오늘을 평가한 점이 흥미롭다. 무엇보다도 중국혁명사상에서 나타나는 변혁운동의 역사를 근대 이중과제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토론하는 점이 주목된다.
논단-------------------------------------------------------------------------------------------------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이혜정은 트럼프 정부 이후 한미동맹과 북핵 해법의 급격한 변화를 배경으로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다양한 정책과 입장을 리뷰하고 분석한다. 또한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북한 예외주의에 입각한 ‘강압’에서 현실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관여’로 이동하는 흐름을 확인하며 그동안 미약했던 협상론의 등장과 확산에 주목한다. 원광대 HK+연구교수 정규식은 최근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 개정 반대 시위’ 문제를 중심으로 홍콩 사회운동의 정치적 의미를 성찰한다. 일국양제의 균열과 홍콩 정체성 문제, 미중 헤게모니 갈등 속에서 홍콩의 시위와 운동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차분히 논하는 글이다. 서울대 국문과 교수 김대중은 최근 발간된 『다산학사전』과 『다산에게 배운다』를 중심으로 다산학과 실학의 사회역사적 지평에 대한 현재적 성찰을 시도한다. 필자는 다산학의 성과를 계승하면서도 철저한 내부 비판을 통해 ‘다산학 이후의 다산학’의 가능성을 모색할 것을 제안한다.
창작ㆍ문학평론 -------------------------------------------------------------------------------------
‘시’란에는 올해 창비신인시인상을 수상한 한재범을 비롯해 강지이 김근 김소연 김신용 김학중 박소란 송승언 윤제림 이수명 정다연 최문자 등 12인의 개성적인 목소리를 담았다. ‘소설’란에서는 독자들의 관심 속에서 시작한 이기호의 장편 「싸이먼 그레이」가 두번째 연재를 맞아 점점 무르익고 있다. 박솔뫼 배수아 성석제의 공들인 신작 단편과 함께 창비신인소설상 수상자 정은우의 작품도 소개한다.
‘문학평론’란에서는 청년현실과 가족관계의 변화양상을 적극적으로 투영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세심하게 조명해낸 세편의 글을 소개한다. 한영인은 저성장과 불평등으로 대변되는 ‘뉴노멀’ 시대의 문학작품이 보여주는 소유와 존재를 둘러싼 현실인식의 분투를 읽어낸다. 그는 계층 하강의 위기와 상승에의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들을 그린 김세희 소설과 경제적 타산이 제거된 순수한 사랑에의 몰입에 바탕한 김봉곤 소설의 특징을 부각한다. 전기화는 최근 여성서사의 흐름 중 모녀서사의 부각에 주목하면서 조남주와 백수린, 김유담의 소설을 중심으로 달라진 시대적 흐름 속에서 모녀가 맺는 긴장과 갈등 관계를 섬세하게 읽는다. 창비신인평론상 수상자 임정균은 감정자본주의 시대의 삶을 담아낸 징표로서 김금희 소설이 보여주는 성취와 의의를 적극적으로 해석한다. 전체와 비전체의 구도로 대상을 재현하는 김금희 소설 고유의 특징을 ‘마음의 리얼리즘’으로 명명한 점이 눈길을 끈다.
작가조명ㆍ문학초점ㆍ촌평 ------------------------------------------------------------------------
‘작가조명’에서는 소설가 정용준이 신작 장편 『상냥한 사람』(창비 2019)을 출간한 소설가 윤성희를 만났다. 주변부의 인물들을 서사의 중심부로 은근히 끌어들이는 윤성희 소설 고유의 치밀하고 섬세한 발화와 유머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진솔한 대화가 담겨 있다.
‘문학초점’에서는 시인 박연준과 문학평론가 김나영이 소설가 김봉곤을 초대하여 대화를 펼친다. 전동균 최문자 박세미의 시집과 박상영 조남주 김초엽의 소설을 꼼꼼히 읽고 나누는 논평과 감상이 흥미롭다.
‘촌평’란에는 한 계절의 주목할 만한 책들에 대해 소설가 김이설, 문화인류학자 노고운, 경제학자 류동민 등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쓴 정성어린 서평 8편을 담았다.
문학상 발표 ----------------------------------------------------------------------------------------
제37회 신동엽문학상의 심사경위와 심사평을 발표한다. 올해부터는 시․소설 부문(각 상금 2천만원) 외에 평론 부문(상금 700만원)을 신설하였다. 수상작은 신철규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김세희 소설집 『가만한 나날』, 양경언 평론 「비평이 왜 중요한가: 비평이 혁명을 의미화하는 방식」이다. 2019 창비신인문학상의 심사평과 영광의 주인공 한재범(시), 정은우(소설), 임정균(평론)의 수상소감도 실렸다. 아울러 제34회 만해문학상의 최종심 대상작 목록과 심사평을 싣는다. 만해문학상 수상작은 본지 겨울호에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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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비평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