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B. 토클러스의 자서전: 세계문학전집 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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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새로운 예술운동의 증인이자 

‘길 잃은 세대’의 영적 어머니 거트루드 스타인 

동반자의 이름으로 쓴 문학사상 가장 독창적인 자서전 


벨에포크를 지나 1차대전 전후 20세기 초 프랑스 파리에서는 그전과는 다른 새로운 예술운동의 조짐이 여럿 요동치고 있었다. 그 용틀임의 한복판에서 역동적인 예술 사조의 탄생을 지켜보고, 격려하고, 그것에 문학가로서 직접 참여한 이가 거트루드 스타인이다. 그녀는 파리 플뢰뤼스가 27번지에 위치한 자신의 스튜디오를 예술가들이 모여 인생을 이야기하고 예술론을 펼칠 수 있는 살롱 공간으로 내어주었다. 이는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 그려진 바 있다. 그녀는 당시 아직 무명이었던 현대 거장 화가들의 작품을 사들여 그들의 작품활동을 뒷받침해주었으며, 전후 인생의 지향점을 잃은 세대를 가리키는 ‘길 잃은 세대’라는 명칭을 고안해냈고, 모더니즘이라는 새로운 사조를 문학의 영역에서 확장시켜나가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기여했다. 이처럼 예술가들의 정신적 지주로서의 거트루드 스타인은 잘 알려져 있으나, 그간 “문학의 입체파”라고 <뉴욕 타임스>가 극찬할 만큼 다채로운 그녀의 작품세계는 아쉽게도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 책 『앨리스 B. 토클러스의 자서전』은 국내 독자들로 하여금 스타인만의 고유한 문학세계로 안내하는 입문서이자 당대 예술의 지형을 살필 수 있는 시대적 길잡이 역할도 해줄 것이다.


“대니얼 디포가 로빈슨 크루소의 자서전을 쉽게 썼듯이

나도 쉽게 꾸밈없이 쓸 거야.”


‘앨리스 B. 토클러스의 자서전’이란 제목에서 보듯, 그의 평생 반려자 앨리스의 자서전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실은 거트루드 스타인이 앨리스의 이름을 빌려 쓴 자신의 자서전이다. 앨리스 B. 토클러스는 1910년부터 스타인과 동거했고 둘은 어딜 가나 함께였다. 지넷 윈터슨이 지적했듯이, 거트루드 스타인은 이 책을 통해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타자의 눈으로 재해석하여 확장하는,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에 비견할 만한 특이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가장 마지막에 가서야 작품은 정체를 밝힌다. 


한 달 반 전인가 거트루드 스타인이 말했다, 내가 보니까 당신이 영 자서전을 쓸 것 같지 않더라고. 그럼 내가 어떻게 나올지 알 거야. 당신 대신에 내가 쓸 거라고. (…) 그리고 그녀는 그 말대로 했고 이 책이 바로 그 자서전이다. (411)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는 소설이지만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어 로빈슨 크루소의 자서전 형식을 취하고 있다. 『앨리스 B. 토클러스의 자서전』은 앨리스의 시점에서 거트루드 스타인을 3인칭으로 지칭하는데, 자신의 이야기를 타인의 시선을 통해 서술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픽션과 논픽션의 미묘한 경계 또한 흥미롭다. 이 지점이 이 자서전의 가장 큰 독창성이자, 자기 자신이나 주변 관계에 대한 우정어린 신뢰에 바탕한 서사적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맥락이기도 하다.  


파리 예술가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독창적인 문학세계를 꿋꿋이 펼친 문학가


이 책 속의 등장인물들만 봐도 알 수 있듯, 온갖 국적의 다양한 예술가들이 플뢰뤼스가 27번지를 다녀갔다. 거트루드 스타인의 스튜디오를 거쳐간 많은 유명인들과 예술가들의 뒷이야기에서 스타인의 남다른 유머감각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거트루드 스타인은 아직 무명이었던 세잔, 마티스, 피카소 등 여러 화가의 재능을 세상보다 일찍 알아보고 그들의 그림을 구매하여 창작을 격려했다. 그녀에게는 시대가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예술가들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발견해내는 날카로운 감각이 있었다. 특히 피카소와의 우정은 오래 지속되며 서로의 창작활동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창작으로 이끌고 글을 쓸 수 있도록 격려해준 이도 거트루드 스타인이다. 헤밍웨이가 1926년에 발표한 첫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서문에 등장하는 “길 잃은 세대”라는 표현도 거트루드 스타인이 생각해낸 것을 사용한 것이다. 제자로 여기며 아끼는 헤밍웨이에게 따끔한 충고를 해주기도 했다. 


관찰하고 구성해야 상상력이 생겨난다는 것, 그래야 상상력을 지니게 된다는 것, 이것이 그녀가 많은 젊은 작가에게 가르치는 핵심이다. 한번은 헤밍웨이가 거트루드 스타인은 세잔의 좋은 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고 어느 글에 쓴 적이 있었는데, 헤밍웨이를 만난 그녀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헤밍웨이, 촌평은 문학이 아닙니다. (124쪽)


이렇게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필요할 때면 날카로운 직언도 서슴지 않던, 예술가들에게 어머니와 같은 존재인 거트루드 스타인은, 그 자신이 빼어난 문학가이기도 했다. 모더니즘의 태동과 발맞추어, 전통과 관습에서 벗어나 문학의 형식을 통해 언어를 과감하게 재구성했고, 소설, 시, 희곡, 오페라 대본 등 여러 장르의 글을 쓰며 자신만의 굳건한 작품세계를 구축해나갔다. 그녀의 작품에서 특징적인 점은 의도적인 문법의 파괴와 말장난이다. “장미는 장미고 장미는 장미다Rose is a rose is a rose is a rose”라거나, 번역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비슷한 모음이 반복되는 “아내가 암소를 얻게 될 때: 사랑 이야기As a Wife Has a Cow A Love Story” 등 스타인은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독창적인 표현으로 언어적 실험에 몰두했다. 그러나 당대 많은 신문이 재미삼아 거트루드 스타인의 작품을 흉내내거나 조롱하는 글을 실었다. 심지어 <라이프>는 ‘거트루드 스타인 따라 하기’라는 코너를 신설하기도 했다. 이렇게 세상이 그 작품들의 진가를 바로 알아보진 못했지만, 스타인은 굴하지 않고 토클러스와 ‘플레인 에디션’이라는 출판사를 차려 자신의 책들을 직접 세상에 내놓았고, 그 결과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로 불멸의 지위를 확립했다.

또한 가장 유명한 20세기 레즈비언 커플이라고 해도 좋을 거트루드 스타인과 앨리스 B. 토클러스가 함께 지낸 일상의 낱낱을 보여주어, 거트루드 스타인의 작품들이 “꽤 훌륭한 살림꾼이고 꽤 능력 있는 정원사이고 꽤 솜씨 좋은 바느질꾼이고 꽤 멋진 비서이고 꽤 꼼꼼한 편집자”인 앨리스의 보살핌 아래 태어났음을 짐작하게 한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속 파리의 축축한 밤공기를 상상하며 읽으면 더욱 실감날 것이다. 

About the author

1874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엘러게니에서 부유한 독일계 유대인 가정의 막내로 태어났다. 대학에서 심리학과 의학을 공부했다. 1903년 미술품 수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하려는 오빠 레오를 따라 파리로 거처를 옮기고 플뢰뤼스가 27번지에 정착하여 많은 유명 화가 및 작가와 교류했다. 1907년 미국을 떠나 파리에 온 앨리스 B. 토클러스와 처음 만나, 1910년부터 평생의 동반자로 함께 살았다.

1920년대는 파리에 거주하던 국외이주 예술가들이 플뢰뤼스가 27번지 스타인의 집에 모여들어 열띤 토론을 벌였던 시기로, 스타인은 당시 만난 다양한 인물의 초상, 여러 국적의 사람에 대한 묘사를 『지리와 희곡들』에 담아냈다. 1930년 토클러스와 함께 ‘플레인 에디션’ 출판사를 세워 자비로 『어떻게 쓸 것인가』 『오페라와 희곡들』 등을 출간했다. 이 작품들은 소설, 시, 희곡,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전복적인 실험과 대담한 언어유희로 모더니즘에 지대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45년 프랑스가 나치에 점령되어 연합군에 의해 해방되기까지를 담은 회고담 『내가 지켜본 전쟁들』을 출간했다. 그 밖의 작품으로 『세 인생』 『부드러운 단추들』 『미국인의 형성』 『Q. E. D.』 등이 있다.

1946년 72세를 일기로 사망하여 파리 페르라셰즈 묘지에 안장되었다. 1967년에 사망한 토클러스도 같은 묘지에 나란히 묻혔다.

영문학을 공부하고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주로 문학, 철학, 종교 분야의 글을 우리말로 번역, 소개해왔다. 옮긴 책으로 『의심스러운 싸움』 『소설』 『샤먼』 『소유』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동행』 『정글북』 『위대한 개츠비』 『비평과 이데올로기』 『무의식에 관하여』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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