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루스 베스트 로맨스 소설! 충동적인 하룻밤, 이름밖에 모르는 남자지만 개의치 않았다.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면 즐겨도 되는 나이였으니, 그녀는 오늘 밤 얇은 커튼을 치워 버리기로 결심했다. 결혼할 때까지 순결을 지키겠다는 신념이 있었던 것도 아니니 상관없었다. 하룻밤의 일탈로 끝이었다. 잘 있으라는 인사도, 잘 가라는 인사도 없었다. 그리고 2년 후, 액세서리를 계약하러 간 자리에서 갑과 을의 관계로 다시 만났다. “솔직히 당신이랑 좋았어. 다시 널 안고 싶은데, 어때?” “설마 내가 좋아요, 당장 가요, 라고 할 거라 기대하는 건 아니죠?” “그래 주면 더 좋고.” 뻔뻔해졌다. 아니, 원래 뻔뻔한 남자였는데 몰랐던 것 같다. 하긴 서태주란 남자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알 턱이 없다. 그저 서진패션의 이사라는 것밖에는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없었다. “취했어요? 아님, 미쳤어요?” “그럴지도.” 팔짱을 끼고 느긋한 포즈로 소파에 기대는 그는 얄미울 정도로 즐거운 표정이었다. 아까 봤던 애잔한 눈빛을 하고 있던 서태주가 아니었다. 묘한 도전의식을 갖게 만드는 남자였다. “왜, 겁나?” 이 말에 발끈한 게 잘못이었다. “2년 동안 실력이 좀 늘었나 보죠? 나는 좀 늘었는데.”